왕과 사는 남자, 단종의 마지막 날들을 걷다
2026년 최대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데뷔 이래 처음 도전한 사극입니다. 코미디와 드라마에 강점을 보여 온 장항준 감독이 조선시대 비극을 어떻게 풀어낼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연 유해진은 마을의 부흥을 위해 단종 유배지의 촌장을 자처한 인물 역을 맡아 특유의 묵직한 연기로 관객을 울렸고, 박지훈은 열일곱 어린 나이에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단종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457년(세조 3년) 강원도 영월입니다. 숙부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은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영월 청령포로 유배됩니다. 삼면이 강으로, 한쪽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연 감옥에서 단종은 겨우 17세에 사약을 받아 생을 마감했습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유배지에서 단종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인간적 유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2026년 2월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사극 영화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제작비 약 200억 원, 촬영 기간 8개월 이상이 투입된 대작으로, 강원도 영월과 경북 문경의 아름다운 자연이 스크린에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촬영 비하인드
제작진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단종의 유배지 재현이었습니다. 실제 청령포는 이미 관광지로 정비되어 있어 영화 촬영에 그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비슷한 지형의 강 지류를 수개월간 물색한 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배소(유배지) 오픈세트를 새로 건설했습니다. 길이 전혀 없는 오지였기에 대규모 토목공사로 진입로부터 닦아야 했고, 세트 건축에만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 세트는 모두 철거하고 원래 지형으로 복원하여 자연환경을 보호했습니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는 조선시대 마을과 관아 장면이 촬영되었습니다. 이곳에는 광화문, 교태전, 동궁 등 130동의 전통 건물이 재현되어 있어 별도의 대규모 세트 없이도 사실적인 궁궐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영월 현지에서는 청령포, 관풍헌, 장릉, 선돌 등 실제 단종 관련 유적지에서 촬영이 진행되며 역사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유해진은 촌장 역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영월에 머물며 현지 주민들과 교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박지훈 역시 단종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실제 청령포와 장릉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캐릭터를 준비했습니다. 겨울 영월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그 고생이 스크린 위의 생생한 감동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촬영지 여행 가이드
영월의 촬영지 네 곳은 모두 가까이 모여 있어 당일치기 여행으로 충분합니다. 추천 코스는 청령포 → 관풍헌 → 장릉 → 선돌 순서이며, 각 장소 간 이동 시간은 차로 10분 이내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월행 시외버스를 타면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됩니다. 영월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청령포까지 택시 약 15분, 관풍헌은 터미널에서 도보 10분, 장릉은 택시 5분, 선돌은 택시 10분 거리입니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영월과 떨어져 있으므로 별도 일정으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문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약 30분, 점촌역에서는 택시로 약 20분이면 도착합니다. 오픈세트장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영월 촬영지의 최적 방문 시기는 봄 벚꽃 시즌(4월)과 가을 단풍 시즌(10~11월)입니다. 특히 청령포 주변의 가을 단풍은 서강의 푸른 물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여름철에는 장마로 청령포 배 운행이 중단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팬들의 성지순례
영화 개봉 이후 영월 관광객이 급증하며 촬영지 성지순례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단연 청령포입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유배지에 발을 딛는 순간, 영화 속 단종의 고독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배에서 내려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면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눈물 흘렸다는 노산대와 금표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장릉에서는 단종의 능 앞에서 조용히 추모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됩니다.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강원도에 자리한 이 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직접 연결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선돌은 서강변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바위로, 특히 일몰 시간대가 최고의 포토 포인트입니다. 붉은 노을과 바위의 실루엣이 단종의 고독을 상징하는 명장면 그대로를 재현해 줍니다.
문경새재에서는 한복을 대여하여 사극 체험을 즐기는 방문객이 늘었습니다. 130동의 전통 건물 사이를 한복 차림으로 거닐며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SNS에서는 #왕과사는남자, #영월, #청령포, #문경새재 해시태그와 함께 촬영지 인증 사진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영월군은 영화 연계 관광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촬영지 안내 지도 배포와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변 먹거리·볼거리
영월에는 촬영지 외에도 즐길 거리가 풍부합니다. 별마로천문대는 해발 799.8m에 위치한 시민천문대로, 맑은 밤이면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일 만큼 빛 공해가 적습니다. 낮에 촬영지를 돌아본 뒤 밤에 별 관측까지 하면 영월 여행의 완성입니다. 여름철이라면 동강 래프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월에서 정선까지 이어지는 동강 물줄기를 따라 짜릿한 급류 체험이 가능합니다.
먹거리로는 영월 다하누촌의 한우가 대표적입니다. 영월군이 직접 운영하는 한우 단지로, 신선한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영월 서부시장에서는 메밀로 만든 올챙이국수(메밀 묵을 올챙이 모양으로 눌러 만든 향토 음식)를 꼭 맛보세요.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문경 방면으로 이동한다면 문경새재 사과와 오미자 특산품을 챙겨보세요. 문경은 국내 최대 오미자 산지로, 오미자차·오미자청 등 다양한 가공품을 현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숙박은 영월 동강변 펜션에서 강 풍경을 감상하며 하룻밤 묵는 것을 추천하고, 문경에서는 문경 온천 리조트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세요.